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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재식 이사장 자서전

가정교사로 지낸 중학시절

 

가정교사로 지낸 중학시절

 

    하나님은 언제나 공평하시다. 결코 어떤 한 사람을 철저히 외면하여 나락의 늪에 내버려 두지 않으신다. 저마다 그 자신의 능력에 맞게 기회를 부여해 주신다. 그 기회를 포착하느냐, 못하느냐는 전적으로 개인의 역량에 달려 있다. 그런데 바로 그 기회가 나에게도 찾아온 것이다. 남들 같으면 몇 년에 걸쳐 했을 고생을 중학교 1년 동안 소리없이 감수한 반대급부라고나 할까, 어떻든 뜻밖의 무지개빛 행운이 나에게로 다가온 것이다.

 

    기나긴 겨울방학이 긑나고 도 다시 고난의 현장 남원으로 떠나야 할 생각을 하니 마음이 몹시 착잡했다. 앞으로 지낼 시간들이 암담하기만 했다. 내 사정이 전혀 개선되지 않아 숙식 문제는 여전히 큰 근심거리였다.

 

    그런데 그때, 나를 찾아온 사람이 있었다. 말하자면 머물러 지낼 곳과 먹을 걱정들이 해결되는 행운이 내게 찾아온 것이다.

계십니까? 안에 이 생원님 계십니가?”

나를 찾아온 분은 남원중학교 후배의 아버지엿다. 사실 내가 생활이 어려워 고생을 하고 있긴 했지만, 마을에서는 착실하고 도 공부를 잘 한다고 소문이 자자했기 때문에 모두들 이런 나를 부러워하고 있었다. 후배의 아버지도 그런 이유 때문에 나를 찾아오신 것이다, 올해 남원중학교에 보내는 아들을 나에게 맡길 테니 잘 좀 돌봐 달라는 것이었다. 요즘으로 치면 나를 가정교사로 스겠다는 것이니 어찌 반가운 손님이 안랴. 그리하여 남원에서의나머지 중학 생활은 생각지도 않은 일로 순탄하고 순조롭게 지낼 수 있게 되었다.

 

    남을 가르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, 그러나 나는 남을 가르치는 일에 소질이 있었다. 조금 주풀려 이야기하자면 교육자로서의 천성을 타고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. 내게 물어오는 문제를 푸어주거나 설명을 하면, 그들은 이상하리만큼 내말을 쉽게 이해하여 받아들었다. 그리하여 자구 나와 함께 문제를 풀고자 하는 이들이 많앗고, 후배는 물론 동기와 친구들이 나를 잘 다랐다. 나는 그들을 가르치고, 또한 함게 배우면서 장차 교육자로서의 자질을 연마하였다고 해도 좋을 듯 싶다.

 

    그렇지만 세월은 머물러 있지 않았다. 자구만 흐르고 흘러갔다. 세월이 흐른다는 것은 성장을 의미하는 것이다. 아울러 또 다른 세계로 자구만 나를 내모는 시간의 도래를 뜻하는 것이다, 꿈 같은 중학교 2학년, 3학년 시절이 흘러가고 있었다. 지금가지 별 걱정 없이 편안하고 안락하게 지내왔던 나날들이 끝나가고 있음을 깨우쳐 주는 것이다. 그리고 이제 내 미래와 진로에 대해 매우 신중하고 간곡한 결심을 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말았다.

 

    그것은 고등학교 진학이라는 문제였다. 운수가 좋았고 행운이 뒤따라 중학교까지는 그러저러하게 지내왔다 하더라도 이제는 중대한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는 시기에 봉착한 것이다. 우선 무엇보다도 고등학교에 진학할 것인가, 말 것인가를 결정해야 했다. 만약 진학을 한다면 어느 고등학교에 진학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했다. 모두가 어려울 결정일 수밖에 없었다. 다만 한 가지 분명했던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상급학교에 꼭 진학을 하리라는 결심이었다.

 

    그렇다고 해서 그 사이에 집안 형편이 나아진 것은 아니었다. 아니 자꾸만 늘어나는 식구 때문에 생활의 어려움은 옛날보다 더하면 더했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. 그래서 가끔은 한사코 고등학교에 진학하려 하는 내 자신이 너무 이기적인 것은 아닌가 하여 포기할까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. 그러나 내 생각의 결론은 언제나 무조건 배워야 한다는 것으로만 귀결되었다.